"연화님이 치매에 걸리신것 같습니다."

잡담
작성자
Laem
작성일
2020-01-14 11:38
조회
345
 

이지연은 심각한 얼굴로 화두를 꺼내곤 회의장에 모인 소호궁의 주요인사들과 몇몇 궁녀들을 한차례 둘러봤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괜찮아 보이길래 안심했는데... 어제 나무앞에 서서 혼자 대화하고 있는 광경을 목격했어요."

"흐음..."
"비누카시여..."

회의장은 금방 여기저기서 튀어나온 침음으로 가득찼다.

"벌써 수백년 이상 사셨으니 이상한 일도 아니죠. 다들 그분이 머리에 꽃달고 돌아다니는 걸 하루이틀 본것도 아니잖아요."

소호궁 식량관리담당 궁녀가 별거아니란 투로 말하자, 옆에있던 비누카 제단 관리담당 궁녀가 대꾸했다.

"그거랑 식물이 자기 친구라고 말하고 다니는게 같나요? 분명 내색은 안해도 매호가 떠난뒤로 마음이 공허해지신게 틀림 없어요."

몇몇이 그 말에 동조하는 분위기 속에 누군가 말했다.

"그런것 같긴 합니다... 솔직히.. 아직까지 벽에 똥칠만 안할 뿐이지..."

대충 그러리라 예상하고 있던 이지연도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도 하루아침새 소중한 사람을 잃어버린 심정은 익히 알고있었다.

오래 전 백리천을 잃고 상실감을 달래기위해 매일같이 술집과 클럽을 제집 안방마냥 드나들어 봤었지만, 마음의 구멍은 쉽사리 채워지는게 아니었다.

결국 매호를 다시 데려와야 하겠지만, 이미 있는대로 분위기잡고 자기 입으로 모험까지 허락한 마당에 뒤늦게 와서 무르자니 소호궁주로서의 자존심이 용납치 않았다.

 

그때 쭉 잠자코 있던 궁녀 하나가 입을 열었다.

"외로워서 그런거라면 만남을 주선시켜 드리는게 어떨까요?"

"과연, 사랑의 힘으로..."

그러자 풍림곡 마을주민들중 대표로 회의에 참석한 여든살 노인이, 가뜩이나 주름가득한 얼굴을 더욱더 구기곤 성을내며 소리쳤다.

"갈!! 지금 그걸 말이라고 하시오? 제아무리 머리가 아프다고 한들 마음의 병을 고치자고 푸른 수호목에게 값싼 관계를 맺게 하다니! 정신이 나간거요!"

"흥, 요즘 원나잇 같은건 흔하거든요? 그리고 값싼 관계라니, 비누카의 가르침을 무시하는 건가요? '서로 사랑하라!'"

"비누카의 가르침은 그런게 아니오!"

"그만!"

 

분노한 노인이 부들부들 떨리는 손으로 지팡이를 꼬나쥐며 일어나려 하자 이지연은 황급히 손을 들어올려 제지했다.

"이 이상 언쟁이 오가는 모습은 보고싶지 않군요. 회담은 여기까지만 진행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녀는 그렇게 회의장에서 사람들을 모두 내보내곤, 마지막으로 지팡이를 짚으며 나가려던 노인을 불러세웠다.

"대인께선 연화님을 남달리 소중히 여기시는것 같습니다."

그 말을 들은 노인은 우두커니 멈춰선채, 말없이 추억을 떠올리기라도 하듯 아련한 감정을 얼굴에 드러냈다.

"혹시 회상할 만한 일이 있으셨나요?"

이지연이 조심스럽게 묻자,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노인이 말했다.

"...아마 궁주께선 모르시겠지만, 우리 세대때 연화님은 풍림곡의 아이돌이었습니다."

"..."

"복숭아 나무 아래에 사람들을 모아놓고 부르시던 노래가사가 아직도 잊혀지지 않습니다. 난.. 차라리.. 웃고있는..."

"알겠어요, 그만 나가 보세요."

 

어떻게든 노래를 끝까지 불러보겠다고 버티는 노인을 간신히 내보내고 나서야 이지연은 겨우 한숨 돌릴여유를 가질수 있었다.

"하..."

탁자 의자에 털썩 주저앉은채 미간을 부여잡던 이지연이 문득 창밖을 내려다보자, 그곳에서는 연화가 마당에 엎드린채 잔디한테 무어라 중얼거리고 있었다.

 

결국 망설임 끝에 지연은 서안에서 편지지를 한장 꺼내 적어 내려가기 시작했다.

 

<매호에게>
전체 2

  • 2020-01-14 12:32

    암쏘 섹시


  • 2020-01-15 11:16

    갈!!!!ㅋㅋㅋㅋ무협지 좀 보신 분...ㅋㅋㅋㅋ 팬픽 조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