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

제 아이를 지켜주세요.

신들의 전쟁이 벌어진 이유에 대해서는 아직도 학자 간에 의견이 분분한 주제이다. 다만 확실하게 승자로 분류되는 신이 있다면, 태양과 생명의 신 비누카일 것이다. 비누카의 소호궁은 백낭들과 함께, 신들의 전쟁에서 활약했다. 이를 기리기 위해, 고천국은 풍림곡을 소호궁의 자치구로 인정했다. 문제는 이후, 고천국 내에서 수마인에 대한 대대적인 탄압이 벌어졌다는 것이다.

실록에 따르면 고천국의 수마인 노예화는 이때부터 일어난 일이라고 적혀 있다. 하지만 소호궁은 수마인들이 주축이 된 단체였기에, 오직 풍림곡에서는 수마인들이 평화롭게 살 수 있었다. 고천국의 많은 수마인들이 박해를 피해 풍림곡을 향해 이주했다.

허름한 옷을 입은 한 모녀도 그렇게 풍림곡을 향해 걸음을 이어나갔다. 이들이 다른 수마인들과 달랐던 것은 아이는 수마인이었지만, 어머니는 그렇지 않았다는 점이었다. 지금의 고천국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지만, 당시에는 인간과 수마인의 혼혈이 흔한 일이었다고 한다. 아이는 작은 박쥐 날개를 파닥이며, 한 손에는 인형을, 다른 손에는 엄마의 손을 꼬옥 쥐고는 발걸음을 옮겼다.

몇 번째 발걸음이었을까? 어머니가 딸을 잃어버린 걸음은? 딸을 잃은 어머니는 발걸음을 멈추었다. 그녀의 눈에서는 주르륵 소리 없는 울음이 흘러넘쳤다. 그런 그녀 앞에 한 여인이 나타났다. 여인의 붓질이 멈추자, 주위의 시간이 얼어붙었다. 그제야 어머니의 눈물이 멈췄다. 어머니는 여인을 기다리고 있었다. 여인이 잃어버린 아이를 찾아줄 수 있다는 것을 보았기에.